목차

     

    현재 스펙

    - 과금 : 10만 원 이상

    - 플레이 시간 : 두 달

    - 컨텐츠 : 매일 숙제는 다 함

     

    뉴비 스펙이라 별 게 없긴 하다. 영혼석을 아무 데나 막 써서 만렙 찍은 쿠키도 몇 개 안 된다.

     

     

    쿠키들이 귀엽다

    귀여운 것을 좋아하면 내내 행복사하면서 게임할 수 있다. 거의 120종이나 있는데 다들 개성이나 컨셉이 뚜렷해서 내 취향이 반드시 하나 이상은 있다. 성능이 안 좋은 쿠키는 있을 수 있어도 어느 하나 대충 만든 쿠키가 없다(굳이 꼽자면 마스코트인 용감한 쿠키?). 단순한 그림체이지만 의외로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덕질하기도 좋다. 데브에서도 그런 장점을 잘 아는지 다양한 굿즈도 나와있고 필자도 최근에 아트북을 주문하고야 말았다.

     

     

    러너 게임이 주는 손맛

    처음 한 달은 정말 미친 듯이 재밌다. 숙제가 절대 적은 게임이 아닌데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였으니까. 요즘처럼 오토가 대세인 모바일게임 생태계에서 이토록 수동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은 많지 않다. 반복 숙달되면서 실력이 느는 것도 느껴지고 실수 없이 클리어했을 때 묘한 쾌감도 있다. 누군가 그랬다. 쿠키런은 횡스크롤 리듬게임이라고.

     

     

    하지만 숙제가 너무 많다

    숙제는 여러가지가 있다. 골상작, 떼탈출, 이벤트런, 길드전, 챔피언스리그, 코인작, 광고 등. 골상작과 광고를 제외하곤 일주일에 한 번씩 해주면 되는데 완전히 똑같은 콘텐츠를 무한 반복한다. 문득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었지?'.

     

    모바일게임에서 숙제는 필연적인 관계다. 시간과 재화를 계속 매몰시켜야 여태까지 한 게 아까워서라도 계속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쿠오븐은 숙제 외에 새로운 플레이 경험을 찾기가 힘들다. 보통 RPG 게임에서는 아레나처럼 변수가 있는 게 최종 콘텐츠가 되는데 쿠키런은 수집형이지만 RPG는 아니다. 변칙적인 플레이가 별로 없다.

     

     

    광고도 너무 많다

    갑자기 뜨는 광고가 아니라 보상제라서 안 보면 그만이긴 하지만 무/소과금 유저라면 안 보기가 오히려 힘들다. 한국인은 태초부터 손해 보는 일은 할 수가 없도록 DNA가 설계되어 있기 때문. 게임을 열심히하는 유저라면 결국 30초짜리 광고를 매일 20번씩 보게 된다. 30초마다 확인하고, 터치, 터치, 다시 기다리고 이런 패턴이 게임에 대한 흥미를 많이 갉아먹는다. 필자처럼 강박증이 있는 유저에게 보상제 광고는 치명타다.

     

    매달 온라인게임 월정액 비용을 상회하는 돈을 결제하고 있음에도 하루에 광고를 수 십번씩 보게 되는 일은 결코 좋은 경험이 아니다. 심지어 월정액이 광고를 제거해주는 게 아니라 볼 수 있는 광고를 늘려준다. 안 보면 그만인 것을 알면서도 계속 보게 되고 회의감도 계속 몰려온다. 끝없는 악순환.

     

    처음 마카롱맛 쿠키를 만렙 찍고 스킨까지 뽑아서 경기를 돌았을 때 얼마나 재밌던지...

    게임을 따라잡기 힘들지만 따라잡을 수는 있다

    나온 지 몇년된 게임이라 쿠키, 펫, 보물(장비)들이 거의 300종이다. 뽑기를 하면 그 많은 종류들의, 극히 일부의 조각이 나온다. 명함을 얻기는 쉽지만 거진 만렙을 찍어야 비로소 그 쿠키나 펫을 '수집했다'라고 느껴지기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다.

     

    그래도 워낙에 이벤트로 재화를 많이 퍼주는 게임이다 보니 소과금을 하면서 1년 넘게 꾸준히 하면 어느 정도는 따라잡을 수 있는 듯하다. 그 날이 너무 막연한 게 뉴비에게 장벽이라면 장벽일 것이다.

     

     

    신규 쿠키에 대한 논란

    신규 쿠키가 2-3주에 한 번씩 나오는데 과금 유도를 하기 위해 매번 최고 성능의 사기 쿠키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번에 나온 쿠키를 과금해서 질렀어도 한 달을 채 못 버티고 티어가 밀려나곤 한다.

     

    이런 방식은 단기적으로 뉴비가 기존 유저와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지만, 과금하지 않으면 그 상황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뉴비(+무소과금)들은 끝없이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문제는 항상 쿠오븐의 단점으로 언급되지만 대표 과금 모델이기 때문에 개선되긴 힘들어 보인다. '실력'이 존재하는 게임이지만 실력으로 어쩔 수 없는 영역도 분명하게 있는 게임.

     

     

    가랑비에 옷 젖는 과금

    과금 상품들이 대체로 낮은 가격에 책정되어 있다. 여기서 정말 머리를 잘 쓴 게, 그 저렴하고 효율 좋은 패키지들을 한 달 안에 분산시켜놓았다. 5천 원? 만 원? 얼마 안 하네~하고 하나씩 결제하다 보면 몇만 원을 우습게 쓰게 된다. 한 번 하기 시작하면 쭈욱 해야 한다. 하다가 안 하면 게임 효율이 급감한다고 느껴져서 성취감을 느끼기 힘들어진다.

     

    러닝 게임이지만 사실 본체는 '수집'이기 때문에 과금에 한 번 손을 대기 시작하면 의외로 많이 하게 된다.

     

    쿠키들의 컨셉 만큼은 정말 기가막히게 잘 만든다

    귀찮은 코인작 노가다

    게임을 시작하고 방치하면 쿠키가 알아서 죽을 때까지 한 판에 대략 5만 코인을 먹는다. 자동으로 반복 시작해주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몇 분마다 손으로 직접 눌러줘야 한다. 영화 <모던타임즈>에서 찰리 채플린이 볼트를 조이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지금의 시대상으로 영화를 리메이크하면 내 모습이 딱 그랬다. 그렇게 몇 천만 원을 모아도 금방 줄어서 꾸준히 해줘야 한다.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유물작 노가다

    챔스리그 유물작은 더 미쳤다. 5분마다 한 번씩 젠되는 유물조각을 모아 보상판을 해금하는 방식인데 그 유물조각이 위아래로 둥둥 떠다녀서 못 먹는 경우가 생긴다. 코인작처럼 매판마다 보상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라서 진짜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근데 한 8시간 뒤져라 하다 보면 막판에는 달콤한 꿀을 삼킬 수 있다.

     

    진짜 문제는 그 짓을 시즌마다 4-5번 해야 한다는 것이고, 시즌은 대략 2주에 한 번씩 초기화된다(챔스리그는 이미 포기해서 기간이 정확하진 않다). 숙제를 몇 년간 꾸준히 한 사람들조차도 유물작은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 누군가 반복 노가다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개를 들게 하여 유물작을 시켜보라.

     

     

    떼탈출과 길드전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어하는 컨텐츠다. 떼탈출은 쿠키 하나당 대략 2-3분 정도가 걸리는데 10마리를 연속해서 달리는 모드이다. 똑같은 플레이를 수동으로 매주 해줘야 했다. 안 하면 그만이지, 하기에는 주간 보상이 너무 좋다. 그 좋은 보상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재미가 없다.

     

    길드전은 다양한 쿠키들을 쓰게 되는데 뉴비라 쿠키들 레벨이 다 낮다 보니 기여하기가 힘들다. 결국 최소한의 성의만 내기 위해 한 번씩 참여해주는데 어차피 하위권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냥 숙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컨텐츠가 되어버렸다.

     

    귀여운 마카롱맛 쿠키 좀 보고 가세요

    마지막 소감

    신나게 깠지만 그래도 필자는 쿠키런의 팬이고, 쿠키런 IP를 정말 정말 좋아한다. 최근에 나온 <쿠키런 킹덤>에도 과금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 그쪽도 노가다가 적진 않아서 아무래도 쿠오븐이 조금 밀려난 느낌도 있다. 두 개를 같이하기가 다소 버겁다.

     

    요즘은 접을까 말까 마음이 들 정도로 숙제에 지쳐버렸는데 아직 못 해본 쿠키들이 너무 많아서 차마 떠나지질 않는다. 어느 순간 혈압이 오르는 것 같다가도 귀여운 쿠키를 보면 다시 마음이 누그러진다. 악마의 게임이다. 괜히 오래 사랑받는 게임이 아니고, 괜히 골수 유저가 많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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